2009년 6월 30일 화요일

[감상문]희망의 인문학을 읽고


 희망의 인문학 -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를 읽고,           
   알렉산더 대왕이 디오게네스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이다. 천하를 다스리는 대왕이었던 알렉산더는 행색이 거지꼴인 디오게네스에게 필요한 것을 말하면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그럼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비켜달라고 하고, 이에 알렉산더는 감탄하며 자기가 알렉산더가 아니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다고 한다. 여기서 디오게네스는 빈자가 아니라 대왕도 부러워할 만한 부를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여기 록펠러처럼 당신을 부유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사람이 있다. 요즘 TV 신문, 책에 판을 치는 얼치기 희망 약장수일까? 그는 계속 말한다. “ 아니 어쩌면 여러분은 록펠러보다 더 큰 부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록펠러 집안 사람들이라 해서 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앞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면 여러분은 ‘부’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며, 여러분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이 황당한 공상가의 말은 곧이 믿을 만한 것일까? 그러나 그 곳에서 하나의 기적이 시작된다.  
 이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게 된 건 1년전 쯤이다 월간 샘터 기획 코너중 하나에 노숙자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성 프란시스 대학의 사연이 실렸는데, 이 이야기를 본 나는 적잖은 충격에 휩쌓였다. 가장 빈곤한 사람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연히 빵이고 훈련일줄 알았는데 , 정작 그들이 목말라 하던 것은 인문학, 생각하는 감성이었던 것이다. 인문학과이면서도 한번도 대수롭게 생각한 적이 없었던, 그리고 힘이 되는지도 몰랐던 인문학이 이들에게 그렇게 필요한 것이었다니 놀랍다 못해 당황스러웠다. 이 이야기를 보고 관련된 이것저것 찾아보다보니 클레멘트 코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자주가는 중구 유락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적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학자의 생각이 실천의지를 만나 현실에 반응하는 모습은 담담한 서술에도 불과하고 충분히 감동적이다. 그리고 한 학자의 따듯한 시선과 의지에서 나왔지만 그 실현에는 극적인 일련의 사건들과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다.
 그가 이 코스의 영감을 받은 것은 한 여 재소자와의 대화에서 이다. 여재소자에게 “왜 사람들이 가난한 것같나요.”라고 물은 얼 쇼리스는 전혀 생각치 못한 대답을 듣는다. “우리 아이들에게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을 가르쳐야 합니다. 가르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얼선생님 그 애들을 연극이나 박물관 음악회 강연회 등에 데리고 다녀주세요.” 이에 얼쇼리스는 그 대답이 가진 의미를 생각해본다. 이는 가난한 사람들이 왜 가난한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이어지게 된다.
 희망의 인문학에서 얼쇼리스는 빈곤에 대한 정의부터 새로 시작하고, 수치로 따지는 절대적 빈곤보다 훨씬 더 무서운 상대적 빈곤의 모습에 대해 분석한다. 상대적 빈곤은 경제란 지배규칙에서 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존중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는 사람들에게 욕망을 심는 대신 박탈감을 가져오며 가능성이란 신기루는 그들의 삶을 더 비참하게 한다. 공정한 게임으로 보이는 이 게임은 사실 전혀 공정하지 않다. 차라리 칼뱅주의자들의 생각대로 성공한 사람들은 하늘이 선택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더 편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는 빈민들을 빈자로 있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하나의 키워드를 떠올린다. 그것은 바로 무력이다.
  도시빈민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무력’이다. 이 무력의 모습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경제란 경주에서 진 패배감, 소외이기도 하고, 국가 권력(정당성을 가진 것이나, 이들에게는 정치성이 없으므로 무력으로서만 다가온다.)이기도 하며, 시기심과 증오이기도 하다. 이 ‘무력’은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서로를 향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이 무력도 확대 재생산된다.  책에선 사우스 브롱크스의 아이들의 테니스 게임 이야기가 나오는데 , 사회복지사가 분명 줄을 정했는데도 불구하고 빈민가의 아이들은 서로 하겠다고 싸우며, 이를 정하는 순서는 더 크고 힘이 세다는 무력이다.
 이 무력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얼쇼리스는 그 방법으로 훈련이 아닌 교육, 그 교육을 통한 ‘시민’의 모습을 제시한다. 이 때 그 이상적 시민의 모습은 고대 아테네의 시민들이다. 물론 빈민들도 시민권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범위에 대해서는 아테네의 그것보다 베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는 고대 아테네 시민의 경우는 정치적 삶과 문화적 삶을 같이 향유한 반면 현대 빈민들의 경우는 두가지 다 향유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모든 삶은 필요로서 규정되어질 뿐이다. 이는 시민의 공적 삶, 행동하는 삶과는 먼 모습이다. 이에 그는 인문학이란 위험한 무기를 들이민다. 인문학이란 정치적 삶으로 안내하는 하나의 영감이자 도구이다. 정치적 삶은 그들 자신만의 삶이 아닌 서로를 위한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성찰하고 결정하게 만들어준다. 그 때 만들어지는 것은 ‘무력’ 아닌 ‘힘’이다. 얼 쇼리스는 그들 스스로가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안내자의 역할을 자처한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책에서 얼쇼리스는 기금 마련등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그의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도 만나며, 수업 코스중 몇몇 학생들은 개인적 사정으로 중간에 그만두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문제이상으로 그를 지지하고 돕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클레멘트 코스로서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한다. 무력의 포위망에 빠져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던 학생들이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에 대해 토론하고, 안티고네의 고뇌에 대해서 토론하며, 역사의 사건을 해체하고 성찰해본다.
[미국 혁명의 급진주의에 나타난 고든 우드의 사상]에 대한 수업중 미국혁명에서 나타난  원주민에 대한 태도에 한 학생이 의문을 던진다. “우리나라를 세운 사람들이 그렇게 인문학을 좋아했다면, 어째서 원주민들을 그런 식으로 심하게 대했을까요?” 이에 아벨이란 학생은 “그게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자기 통제 불능’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잖아요.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 무언지는 알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지요. 왜냐하면 자기 욕심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라고 이야기한다. 그들 모두 자기 통제가 불가능한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 아닌가. 그런 그들이 적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방법을 갖게 된 것이다.  
 “미국의 성공은 언제나 빈민들을 ‘위험하지 않은 상태’로 묶어둠으로써 가능했다.”는 얼쇼리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가 빈민들을 대하는 방식은 그들을 단지 훈련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성찰할 수 있는 능력과 정치적 기술을 주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정치적 삶을 살지 않는 이상 그들에게 남는 것은 잔치 후 남은 떡고물 뿐이며 점점 견고해지는 무력 밖에 없다. 그 무력을 해체하고 힘으로서 대응하는 방법이 정치적 삶이며 그것이 가능케 하는 것은 인문학이다. 부자와 중산층들만이 향유했던  이 배타적 도구는 한 학자의 노력에 의해 모두의 도구로 태어난다 .그는 말한다. “타자의 행복을 보장하는 일은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라고. 그리고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방법으로써의 민주주의는 모든 것을 무릅쓸 만한 가치가 있는 위험”이라고.


 잡담 1:. 일독을 권한다. 아둔한데다가 글 솜씨가 형편없어 책이 전달하려고 했던 것의 99분의 1도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
 잡담 2: 기독교가 기득(旣得)교로 보이기 시작한이후로 교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예수님은 좋아함) 흑인 빈민층에 정치적 지위를 부여한 것도 교회라는 구절에서 교회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되었다. 


2009년 6월 29일 월요일

상상5 수아 혹은 몸짓으로 음미하는 시

 오늘 시를 읽다가 생각난 건데 수아로 시를 해보는 것 혹은 몸짓으로 표현해보는것도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같다. 무용수들이 몸짓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듯이 아름다운 시를 몸짓이나 자기 손짓을 통해 몸으로 직접 밀고나가면서 음미하는 것도 의미있는 것같다. 글을 쓰는 것도 자판 두드리는 것과 펜을 통해 쓰는 것 미묘하지만 차이가 있는데 마찬가지랄까. 전에 소설가 김훈씨 인터뷰중 '연필로 글을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는 대목이 있는데 김훈씨는 이 느낌이 '섹시하다'고 했다. 왠지 몸짓으로 음미하면 더 섹시하지 않을까.

2009년 6월 28일 일요일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이 나이쯤 먹으면 알거라고 생각했었는데.......

..


짝사랑

  누군가를 속으로 사랑하는 행위.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을 때 어떤 요인으로서 고백을 못할 경우 나타나는 사랑의 모습. 요인의 종류에는 사회적 관계가 재정립되는데에 대한 두려움, 상대방의 거절에 대한 두려움등 여러가지 모습이 나타나는데 일단 두려움에 기반이 있다. 상대를 떠올리면 가슴 떨리거나 누르는 듯한 아픔을 가질 수 있음
 조금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평소 상대를 인식했던 크기가 부풀어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는 상대에 대해 자기 크기가 작다고 느껴짐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자기감정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하다고 느끼는 것도 주관적인 판단에 기초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상대의 기호나 반응을 읽어내는 것을 철저히 자기 중심적으로 이해하기때문이다.
  짝사랑의 화신들이라 하면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이를 참조하거나, 주지도 않을 거면서 실컷 짝사랑에게 편지를 쓴 베토벤 아저씨를 참조.
 이 집착에서 피드백에 대한 가능성을 전혀 잘못 읽어내고 나타남의 형태가 집요함과 폭력성을 더할 경우 스토킹으로 바뀔 수 있음.

 한 사람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매져키즘적 집착이라고 하는 걸 책에서 읽을 적이 있는데 문맥이 기억도 안나고 제대로 기억하는건지 모르겠음. 혹시 심리학적으로아시는 분 있음 알려주셨으면 함. 

 근데 좋은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ㅡ,.ㅡ      

♪ 이런 따사로운 풍경 속에 ~ 온통 그대 생각 뿐 그대 생각 뿐이어라~~ ♪

청소년들(혹은 19세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D-Day - 어느날 갑자기 세번째 이야기를 보고-

 참...... 공포영화를 보고 무서워야하는데 나름 공포영화 매니아라 그런지 몰라도, 사다코 변형 귀신들과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에 횽은 그다지 감흥이 없었어. 분명 불끄고 혼자서 밤에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으악 소리보다는 한숨이 더 새어나오더라. 물론 저예산에다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힘등은 괜찮았던 것같아. 근데 사실 무섭기보다도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고......
 사실 영화중 나오는 쳇바퀴도는 햄스터, 너무 뻔하게 들이대는 상징이지. 하지만 그 뻔한 상징이 촌스럽게 다가오기 보다는 딱맞게 들어오더라. 영화보는 내내 뭔가 마음은 먹먹해지고 말이지.  아무래도 니들이 생각났던 것같아.    
 수능이 다가오고 핸드폰에 디데이 며칠 등록해놓고, 다들 모의고사 풀고 심기일전 하겠지. 물론 그 중에 왜 이 점수따먹기는 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꺼야. 그런 자기 성찰의 시간들이 너희에게 있었을리가 있겠니. 입시교육 , 학원가기 후 머리 식히느라 스타 하는게 전부였을꺼야. 횽도 고등학교때 스타실력이 절정이었던 것같다. 그런 머리 덥히기 식히기 덥히기만 하고 있을 거야.  
 그럼 그 이유를 선생님들이 가르쳐줄까 ? 너희 하나 하나의 인생 방향 신경쓸만큼 선생님들은 여력이 없단다. 너 시험치고 나서도 몇몇을 제외하고는 배치표를 펼치실꺼야. 모든 집단, 특히 공무원같은 집단들은 어느 시점부터 어떤 열정을 가지기가 힘들어. 횽도 군인이란 공무원 직업을 2년해봐서 알거든.
 그럼 자기 성찰을 통한 목적을 가지지 못한 너희들에게 이 수능이란 퀴즈쇼는 뭘까? 영화 첫머리에 재수생기숙사에서 이런 방송이 나와. ‘  여러분들은 패배자입니다. 단 일년만 모든 욕망과 감정을 참고 경쟁심만을 키우십시오’ 혹시 이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면 넌 정말 맛이 간게 분명해.(부끄러워하진마. 나도 맛이 간 적이 잠깐 있으니까.) 그래도 이 맛이간 채로 퀴즈쇼를 할 수 밖에 없는건 니가 살아온 인생 우물에서 대학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기 때문이야.  
 자꾸만 너네 안됐다 하는 식으로만 말하니까 열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 화상을 입은채 취직을 하는 보람이의 모습이 횽의 모습이야. 그 퀴즈쇼의 상흔이 화상이라고 생각하면 돼. 386 늙다리 아저씨들은 자기들은 독재와 싸웠네 뭐네 잘난체 하지만 그 횽들은 FF학점(일명 쌍권총)을 가지고도 잘 사셨어. 사실 신자유주속에 사는 횽들은 옆 학생이랑 학점,취업자리갖고 싸워야 돼. 우리는 뽀대도 안나고 정말 피말려.  
 이 정도 이야기하면 왜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하냐고 볼멘 소리도 좀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미안하다. 너희 말은 어른들이 신경써줄 수가 없어. 왜냐면 너희에게는 투표권이 없거든. 너희 일상 하나하나의 문제가 사교육비 문제 한참 뒤에 있는 이유는 다름아니라 너희를 키우는 아버지 어머니들이 사교육비를 지출하시고 투표를 하실수 있기때문이야. 영화에서도 발광하는 유진이의 말은 씨알도 안먹히지만 찾아오신 부모님 이야기는 잘 듣는 대충 그런 원리지.
 그럼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너희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극중 나오는 인물들처럼 극단적 선택을 해선 절대 안되겠지. 이건 횽에게도 유효한 질문이기도 해서 좀 생각해봤는데, 횽은  촛불(요구)과 교과서(순응)를 같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너희가 촛불들고 광장 튀어나온건 횽에겐 정말 충격이었어. 여름 축제기간에 한참 대학가는 술판이었걸랑. 투표권이 없는 너희들이 정치 세력으로 튀어나올줄은 생각도 못했다. 분명 그 시간에 단어나 하나 더 외워야지 라는 유혹도 있었을텐데 말이야. 그런 기특한 일이지만 그 속에서 요구만 이어져서는 안돼. 불만쟁이만 될 뿐이야. 순응하면서 내적인 힘도 키워야지. 어렵다고? 원래 사는거 간단한게 없어.
 영화 본 이야기나 해줄라던  편지가 이렇게 될진 몰랐어.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리고 너보다 한 5년 어린 아이들이 너희 나이가 되면 , 혹은 네가 횽 나이가 되면 저런 공포영화같은 상황은 없겠지. 아마 그럴꺼야. 아마 그럴꺼야.


잡담 : 혹시 초등학교 때 난 통일되서 군대 안가겠지같은 스토리로 흐르면 어떡하지. ㅎㄷㄷㄷ

2009년 6월 25일 목요일

충산리 지구멸망 3일전(5)

S# 22 논둑
 용수 논둑에 앉아있다. 곰곰히 생각하는 표정. 그러다 개구리들이 열심히 어느 쪽으로 가는걸 본다.
그냥 보다가 고개를 땅바닥에 대고 자세히 본다.  뒤에 김영감 지나가며,
 김영감 : 한낱 미물들도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용수 깜짝 놀라 뒤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쭈그리고 앉아서 논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본다.  그리고 달이 보인다.

S#23 인성 방  
 책상에 꽂혀있는 자습서  그리고 인성 멍때리는 얼굴.  곧 이어 주리 방.  헤드폰으로 낮에 들은 노래 들으며 우는 주리.  

자막 1일 전  

S#24 tv 방송
 진행자: 예 안녕하십니까 정말 죽는 순간까지 방송을 하고픈 진행자 석봉입니다.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여 각 인사들의 인사말이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각오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국회의원 이의원: 빨리 시작 안해
아이돌 오양 : 짜증나 멘트질.
진행자: 아 예 알겠습니다. 말씀하신김에 불한당 이이원님부터 소감부터 말씀해주실까요.
국회의원: 미친놈 소감이 어딨어. 다 끝장나는 마당에 , 나도 지하 벙커 들어가야는건데 이런 것들이랑 같이 죽어야 한다니
진행자: 아 벙커 이야기가 사실이었군요.
이의원: 짜증나지만 어쩌겠냐. 글구 전에 국세청이랑 탈세의혹 어쩌구 있던거 다 사실이다.  미친 국민 여러분 송구 어쩌구
그거 멘트 짜느라 보좌관만 대가리굴린게 아니야.
진행자: 아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의원: 뭐 막판에 숨길게 뭐 있겠냐. 위장전입 어쩌고도 다 했고 돈도 해먹을 만큼 먹었다. 안마방도 자주간다.
옆에서 담배피고 있는 아이돌 오양

오양: 아 꼰대 졸라 쪼잘쪼잘 대네 진짜
이의원: 뭐 이런 도우미같이 생긴 년이.

오양 와서 이의원 머리에다 담배재를 꽂는다.
이의원: 아악.
오양: 등신
사회자: 아 진정하시구요. 오양은 미성년자인걸로 알고 있는데요. 담배를 피셔도 되나요.
오양: 연예인 나이 몰라? 등신아 니보다 나이 많을지도 몰라. 아가야.
사회자: 아 예 . 청순의 대명사 오양이신데요. 팬분들이 적잖게 충격을 받으실 것 같습니다.
오양: 지금 그거 신경쓰게 생겼냐. 이 짓거리 한다고 밤마다 뛴게 몇명인데 오늘 그 새끼들 다 불까
사회자: 아 그건 나중에 하시고요. 광고보고 오겠습니다.  어? 아 오늘 광고 없나 . 잠시 쉬었다 하겠습니다.
             잠시 후에는 마련된 세트에서 잉꼬부부로 알려진 고민정 김후덕 씨의 목숨을 건 파이트 장면을 보여드리겠습니다.

S#25 영실네 집  
 영실 엄마 tv를 켰다. 껐다를 반복하고 있다.  영실은 걸레로 집 바닥을 닦고 있다.

S#26  마을
 김영감 하늘을 보면서 음.. 하고 소리를 낸다.

S#27 인성 방
 인성 자기방 참고서를 보면서 한숨을 쉰다. 화면 분할로 주리 음악 시디들을 보면서 한숨을 쉰다.
그러다가 둘 다 나간다.  또 집 문 앞에서 마주치게 된 두사람.
 주리 뚫어지게 쳐다보고 인성도 뚫어지게 쳐다본다.  
 주리: 뭘 보냐.  
인성: 그냥...... 보는데요.  
주리: 야 따라와봐.
인성: 왜요?
주리: 따라오라면 따라와.
S#28 용수네 집
 용수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  
 용수: 오늘의 테마는 밑도 끝도 없이  
용수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켠다.  

 동네를 가면서 동네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S#29 교회  
 김목사 : 예 그럼 새벽 기도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다 양마담의 빈자리를 쳐다보는 김목사 . 뜸을 들이다가

김목사: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여러분께 고백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S#30 뒷 산.  
주리: 넌 오늘 뭐할려고 그랬냐.
인성: 누나는요?
주리: 니 잡아먹을려고 그랬다.
인성: …......
인성: 어떡해요?
주리: 뭘 ?  어떻게 잡아먹으려 했냐고?
인성: 아뇨. 춤 연습 열심히시던데.
주리: 봤구나.
인성: 예?. 예
주리: 모르겠다. 가진 건 없고 재밌게는 살고 싶고, 죽자 살자 했었는데.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인성:  그러게요.  
주리: 그러게요? 그게 다냐.
인성: 전 그게 다에요.
주리: 너 공부 잘한다고 동네 소문 자자하더만 .   안 아까워?
인성: 뭐 공부 좋아서 한거 아녜요. 엄마때문에 한 거지 . 다 죽는 마당에 아까울게 뭐 있어요. 공부아님 뭐 생각한 것도
          없으니 딴 거 아는 것도 없고.  
주리: 그것도 그렇겠네. 난 억울해 죽겠는데.
인성: 누나가 열심히 살아서 그렇죠 뭐.    

잠시 둘다 침묵.  

2009년 6월 24일 수요일

똑똑한 자들이 이끌어온 세상 그리고 -쌍용차 노조파업사태를 보며-

 며칠 전 황금어장에 나온 안철수씨가 한 말 중에 인상깊은 구절이 있다. 자기가 다녔던 대학의 법학과 교수가 한 말인데 수업중 가르치던 학생들중 법학 점수 a를 받던 학생들이 대부분 감옥에 가 있었다는 말이었다. 그에 덧붙여 안철수씨는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과연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만 그 능력을 쓰는 것이 옳은 것인가 라는 말을 했다.  
 세계적 공항이 다가오고 신자유주의의 몰락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그 질문은 너무도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세계적인 미,영의 수재들이 짜낸 금융,경제시스템은 결국 경제의 몰락을 가져왔고, 그 열매는 대부분 그들의 것이었으나 그 고통은 모두의 것이 되었다. 그 커다란 프레임을 짠 머리좋은 사람들의 성공은 그들의 몫이고 실패는 왜 모두의 몫이 되버리는 걸까? 그것도 10년밖에 안걸리는 이 불황의 사이클은 어안이 벙벙하게 만든다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내세울게 아니다. 누군가는 살아야지 않느냐고 야박하게 몰아세울 것도 아니다. 이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고 다분히 의도적인 상황이었다. 이 만들어진 패러다임 속에서 ‘필요’의 무리로 부터 밀려난 사람들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가. 어제의 동료들이 살아남은자와 해고된자로 서로 대치하고 싸우는 이 ‘동물의 왕국’을 어떤 눈으로 봐야는 건가.
 예전 우석훈씨의 88만원 세대에서 ‘첫 섹스의 경제학’이란 챕터를 보고 적지 않은 충격에 휩싸인 적이 있다. 그때까지 그냥 경제는 경제의 영역이고 문학은 문학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분명히 문학의 영역인줄 알았던 사랑의 장면이 경제에 의해서 좌지우지 된다는 걸 보고 삶에 맞닿아 있는 학문의 상관성을 깨달았다. 경제는 생존을 쥐고 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의 위에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 힘을 좌지 우지 하고 있는 소위 똑똑한 사람들은 왜 이런 흐름을 만들어 온 것일까?
 물론 경제만이 아니다. 철학, 문학, 자연 과학의 그 많은 똑똑한 사람들은 ‘살아볼만한’삶을 과연 제시하고 있는 것일까?  OECD 전체 자살율 2위 20대 자살율 1위, 비정규직 증가 속도 최고는 팽배해 있는 불안과 슬픔을 보여준다. 그많은 똑똑한 사람들은 뭐하고 있는 것일까?  
 엘리트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명예 돈 힘 모든것을 향유해온 집단 아닌가. 이 힘든때에 무슨 방향이든 희망이든 제시해줘야 하는 것아닐까. TV에서 해고통지서를 받고 눈물을 흘리는 아주머니를 보며 눈물 속 삶의 팍팍함이 고여있는듯 해 씁슬하다. 그리고 무언가를 해야할지도 무언가 과연 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자신을 보며 착잡하다.

2009년 6월 22일 월요일

꿈을 밀고 나가는 힘은 이성이 아니라 희망이며 두뇌가 아니라 심장이다

 꿈을 밀고 나가는 힘은 이성이 아니라 희망이며 두뇌가 아니라 심장이다.
                                                                                                   -도스토예프스키- 

 한 때 도스토예프스키에 미쳤던 적이 있습니다. 일본 문학에 대한 실망으로 무엇을 읽을까 하다 우연히 잡은 죄와 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겼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은 초기 가난한 사람들 부터 마지막 까라마조프의 형제들까지 대부분의 책을 다 읽고 말았습니다.   
 꿈 을 밀고 나가는 힘은 이성이 아니라 희망이며 두뇌가 아니라 심장이라.....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홍세화 선생님 말처럼 '이성으로 비관하고 정열로서 낙관'하는 것이 가장 똑똑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차가운 이성과 두뇌는 마음을 옭아매어 자기 주변의 좁은 울타리만 보게 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희망과 심장은 여리고 약해보이지만 항상 이성과 두뇌를 이끄는 것은 희망과 심장입니다. 그 역은 되지 않습니다.
 설탕 세스푼 먹은 양 붕뜬 희망의 감정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더라도 모두들 희망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내딪으셨으면 합니다.

2009년 6월 20일 토요일

궁하면 변화하고 변화하면 소통한다.

 궁하면 변화하고 변화하면 소통한다. - 주역 계사전 中-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궁핍한 상황이지만 , 이 궁핍한 상황과 불안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궁함속에서 변화의 실마리를 찾고 그 변화를 통해 세상과 만난다면 반드시 세상과 소통할 것이다. 지긋지긋한 단어 맞추기 퀴즈쇼와 인정투쟁. 메말라가는 감성을 부여잡고 이 삶과 마음의 궁핍함을 원망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사람을 향한다는 기본 방향만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인문학의 힘을 믿는다면 언젠가 분명 세상을 조금은 더 밝게 하고 풍요롭게 할 것이라 믿는다.

도덕경 36장

 제 36장
 오므리려면 일단 펴야

 오므리려면 일단 펴야 합니다.
 약하게 하려면 일단 강하게 해야 합니다.
 폐하게 하려면 일단 흥하게 해야 합니다.
 빼앗으려면 일단 줘야 합니다.  
 이것을 일러 ‘미묘한 밝음(微明)’이라 합니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깁니다.  
 물고기가 연못에서 나와서는 안됨같이
 나라의 날카로운 무기도 사람들에게 보여서는 안됩니다.





                              -----------------현암사 오강남 번역--------


 대부분은 광고, 혹은 책에 달린 주석보고 책을 구해보지만 '도덕경'은 인연을 통해 보게 된 책이다. 군대 같은 소대에 있던 항상 밝고 착한 후임이 있었는데, 그 후임을 통해 도덕경을 접하게 되었다. 참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내용으로 되어있는 도덕경은 빨리 읽자면 한시간이면 읽을수도 있고 평생을 걸쳐서 읽을 수도 있다. 나중에 도덕경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서 포스팅할 생각이지만 내게는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지혜를 주는 책이고 내 평생에 걸쳐 읽어야 할 책이다.

 

2009년 6월 15일 월요일

[감상문] 데스노트를 보고

데스노트


한 두편 볼 요량으로 킨 컴퓨터였다. 보다보니 510편 눈을 뗴지 못했고, 결국 이틀새에 22분짜리 37편을 다 보고 말았다. 데스노트에 이름을 적으면 죽는다는설정도 흥미로웠지만, 야가미 라이토와 L과의 두뇌싸움에서 오는 긴장감때문에 눈을 뗄 수 없었고, 정신차려보니 마지막 엔딩을 보고 있었다.

처음엔 스트레스 풀려고 아무 생각없이 볼려던 애니였으나, 다 보고 나서는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생각과 착잡함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명확해지는 상징들과 질문이 현실과 무섭게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는 것과 정의라는 것의 의미다.


흉악범을 죽일 권리

“그런데 2분 후 순식간에 우리들 중 한 명이 가버릴 것이다. 한 정신이 줄어들면 그만큼 한 세상이 좁아진다.”- 조지 오웰 ,<교도관>중에서-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 희대의 살인마 강호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사람들은 그 잔인함에 경악했다. 모자를 쓰는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나왔고, 실제로 조선 중앙을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그당시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하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이 흉학범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 행위를 긍정하는 것 만큼이나 비난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사형제에 대한 논란에서 사형제를 존속해야한다는 여론도 많았다. 라이토가 한국에 있고 이 당시 데스노트를 주웠다면 강호순 이름을 제일 먼저 썻을 것이다. 그런데 라이토는, 혹은 판사는 사람을 죽여도 되는 것일까?

조지오웰은 교도소에서 진흙탕 물을 피하는 사형수의 모습을 보고 ‘의식있는 한 인간을 파괴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한다. 분명 진흙탕 물을 피하려고 하는 의식이 있는 인간이지만 그는 목이 매어 파괴될 것이며 사라질 것이다. 그는 이 세상에서 없어질 것이며, 그만큼의 크기가 사라질 것이다. 물론 그정도의 크기가 세상에 필요없다고 판단되었기에 사람들은 이 사람에게 세상에서의 삭제를 행한다. 하지만 신이 아닌 인간이 인간을 삭제하는 행위는 용납될수있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의 영역인가? -


내가 정의다.

예전 군대에서 다른 소대에 있는 군종병과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 그 때 내가 했던 질문은 부시가 악의 축이라고 하는 후세인을 공격하는 것이 과연 신의 뜻이고 정당하냐는 것이었다. 물론 그전에 부시가 공화당이고 그 공화당 대부분은 너희들과 같은 프로테스탄트라는 설명은 했었다. 어떤 대답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간단했고, 섬뜩했다. 그것도 신의 뜻이라는 것이다. 스커드 미사일에 집안이 내려앉아 죽은 딸을 붙잡고 우는 아버지의 영상을 보았던 터라 충격이 더했는데, 과연 그 아이의 죽음도 신의 뜻이란 말인가. 그 다른 우상을 숭배했다는 이유로 그 가족은 스커드 미사일을 맞고 죽어서는 지옥에 가야는 것일까? (혹시 신곡에 나오는 연옥에 있을지도)

쌩뚱맞게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정의의 애매모호함과 자신들이야 말로 정의라고 말하는 자들의 폭력성때문이다. 극 중 라이토는 틈틈히 자신이 정의라고 이야기 한다. 중간에 N과 함께 나야말로 정의라고 하는 장면은 L이 라이토의 발을 씻겨주는 장면과 함께 이 애니의 명장면 중 하나다. 그런데 무엇이 과연 정의인가?

사전에 정의를 쳐보니 첫째로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라고 나왔다. 둘째로 바른 의의 (意義)라고 나왔으며 셋째로 <철학>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 라고 나왔다. 우선 라이토가 생각한 정의는 첫째, 둘째이고, L과 경찰이 생각한 정의는 세번째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이다. 이 두 정의가 싸웠을 때 결국 ‘공정한 도리’가 승리한다. 그는 진다. 아니 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의, 불의 , , 악은 언제나 상대성을 띌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인류 보편적인 것으로 선을 그어논 것을 우리는 감으로 정의라고 하는데 인간인 이상 그 판단은 완벽할 수가 없다. 만약 라이토가 현실에 있다면 이스라엘 총리와 팔레스타인 반군중 누구를 죽여야하는가? 성서에 쓰여진대로 약속의 땅을 찾은 유대인들은 그들 스스로 정의이고 선일 것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에게는 예전에 살았다고 2000년만에 들어와 무참히 사람을 죽여대는 불의이자 악일 것이다. 라이토가 더 깨끗한 세상을 만든다고 할 때 데스노트에 적어야하는 것은 누구인가?


라이토가 처음 했어야 할 것

라이토는 처음 데스노트를 주웠을 때 버렸어야 했다. 류크가 말한대로 데스노트를 주운자는 행복해 질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의 위치로서 감당할 수 없는 힘을 받아들인 자의 운명이다. 우리는 신의 판단을 알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다. 단지 가늠할 뿐이다. 자신이 정의가 되는 행위도 할 수 없으며 인간을 삭제하는 행위의 답도 알 수 없다. 단지 질문할 뿐이며 평생 질문속에서 살아야 할 뿐이다.



잡담 1 라이토는 아무래도 반사회적 인격장애자 인것 같다.


행복하기를 경험하기 원한다면, 지금 행복하라!

경험한다는 것은
생각을 멈추고 느끼기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생각은
경험을 피하려고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창조해내는 것이다.

행복하기를
경험하기 원한다면,

지금 행복하라!

바보들만이
이 세상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를 기다린다.

- 해리팔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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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자란 학점 2학점을 어떻게 메울까 하며 학교 홈패이지를 돌아다니다가 이 글을 보게 되었다. 하긴 멈추지 않는다면 행복이 왔었는지도 모를테지. 욕심의 창조만큼 쉬운게 있을까. 가만히 tv만 보고 있어도, 이런 저런 광고들은 내게 생각을 멈추지 않게 한다.

2009년 6월 12일 금요일

삼 십 세 -최승자-

       삼 십 세


                                                          -최승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어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우리 철판깔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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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스물 여섯의 불안은 얼른 서른의 장면으로 나를 이끌지만, 그 곳에 과연 안정이 있을까? 이렇게 죽을 수도 살 수도 없을 때라. 문제는 그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가 아닐런지.

충산리 지구멸망 3일전 (4)


S#15 영실 집

영실 걸레를 빨고 바닥을 닦고 있다. 노인 계속 TV소리를 올렸다 줄였다 하고 있다.

그 순간. 화면속으로 카메라 클로즈업.



S#16 TV 스튜디오.

여 앵커: 예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뜸들이다가) 아 씨발 나 15일 됬는데.


발을 동동 구르며 나간다. 남 앵커 당황하다가 대본을 읽는다. 표정이 굳는다.


남 앵커: 국민 여러분 긴급속보입니다. 나사의 발표에 의하면, 이번 운석은 궤도는 정확히 지구를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핵 미사일을 통해 운석을 맞추는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수성의 반 크기의

운석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고, 충돌시간은 19일 오후 1130분 경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뉴스 그대로 전광판에 나오고, 사람들이 넋을 잃고 쳐다보는 장면, 그리고 모니터 포털 뉴스로 뜨는게 보이고, 문자로 날아가는게 보인다.


자막으로 30분 후 올라감.


S#17 용수네 집.

용수 정성 스럽게 줄을 매단다.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 줄을 매달고서 , 정성스럽게 절을 한다.

그리고 줄을 쳐다본다.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듯한 용수 . 이제 줄을 잡으려는 순간 노래 울린다.

(노래 뱀이다 인트로 부분)


동네 사람들. 동네 사람들 . 보소. 내일이면 하늘 무너진다고 하니 50분 후 마을회관으로 꼭 모여주십시오. 내일 하늘이 무너진다고 하니

마을회관으로 꼭 모여주십시오. 내 이장입니다. 내일 하늘 무너진다고 하니 50분 후 마을 회관으로 꼭 모여주십시오.


황당하게 옆을 쳐다보고 있는 용수


S#18 교회 (같은 시각)

양마담 김목사에게 기대고 있다. 점점 목을 잡고 끈적한 눈길로 본다.


양마담: 목사님 사랑을 하는게 잘 못은 아니잖아요.

김목사: 자매여 이러시면 안됩니다.


점점 손길이 대담해지고 더 갈 무렵 동네 방송이 나온다.

둘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김목사는 양마담을 밀친다.


김목사: 오 주님.


양마담 황당하게 쳐다본다.


S#19 도시 전경 (같은 시각)

전체적으로 난장판이 된 도시 전경. 곳곳에 싸움이 나고 불이 나 있다. 경찰이 여자를 강간하고 있는 것도 보인다.

술을 막 먹던 어떤 사람이 술병을 어딘가로 확 던진다. 순간 화면 전환.


S#20 시골 전경(같은 시각)

외양간에서 소가 음메하고 운다. 그리고 시골 논의 모습. 전체적으로 평화롭다.


S#21 마을 회관

사람들이 마을 회관에 모여있다. 상당히 시끄럽다.

이장: 다 모이셨습니까? 다 왔습니까?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표준말 어색하게)

동네주민: 빨리 혀 빨리 뭐가 어떻게 됬는디. ? 북한놈들 쳐들어온다는겨?

이장: (말투 또박 또박 그리고 좀 느리게) 이번 MBC 뉴스에 나온 데로, 2009420일에

운석이 지구를 향해 돌진한다고, 뭐야 이거 야 이것 봐봐


이장 인성에게 종이를 보여준다.


인성: 나사요. 나사

이장: 나사?

인성: 예 미국항공 우주국

이장: 어쨌든 거기서~~ 발표했다고 ~~~~발표가 났다 이말이네.

주민: 뭔 소리여. 하늘 무너진다메.


인성 마이크를 뺏어서 이야기 한다.


인성: 아 그러니까 하늘에서 무지막지한 돌댕이가 날라와서 나라를 박살낸다구요.


일동 모두 놀라며 웅성 웅성 거린다.

이장: (인성에게 꿀밤때리며) 이 놈아 어디 어른 이야기하는데 껴들어.

주민1: 그게 말이 되는가? 하늘이 무너진다니.

주민2: 아고, 농사 지은거 다 썰지도 못하고 죽게 생겼네.


어느 주민 주리를 쳐다보며

주민3: 세상이 말세혀 기집애들이 빨가벗고 다니더니만. 쯧쯧

주민4: 어제 무슨 용대가리가 하늘에서 둘로 쩍 갈라지는 꿈을 꾸었더니. 세상에.


다시 인성 마이크를 빼앗아 이야기한다.

인성: 아니에요. 이번에 지구 공전 궤도에 이번 행상이 돌진하는 궤도가 맞아서 그런거라구요.

주민: 똑똑한 놈은 틀리구만.

주민(아줌마): (아줌마 옆에 인성 또래 한대 꿀밤때리며 ) 평소에 공부좀 하랬더니 쟤좀 봐 .

이장:(또 인성 꿀밤 떄리며)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 이거 정말 말세는 말세네. 이장에게 도전하는거야 이놈아.

동네사람들 침착하시고, 의견을 내보십시오.

주민: 하늘이 무너진다는데 무슨 의견이야 개뿔 다 죽는거지.

이장: 그럼 다 타죽자는거야 뭐야.

주민: 그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그랬어.

강할멈: 굿판을 벌여.


갑자기 일동 조용해 진다.


강할멈: 굿판을 벌이자고. 하늘이 노했으니 하늘을 달래봐야지

주민(): 그렇게 돈 놀이 하고 처 살더만 죽는 건 싫은가 보지?

주민1: 그러게, 평소에 사람 피 말리게 해 놓고 살고는 싶은 가보지?

강할멈: 그럼 어쩌자는 겨. 계속 손놓고 죽자고 기다리는거여. 그래서 니 년놈들이 안되는거여 이것들아.

주민1: 할멈 하늘 무너져서 죽기전에 내 손에 먼저 죽어볼겨?

이장: 그만하세요. 그만 누구 그럼 다른 방도가 있습니까?


일동 침묵


이장: 그럼 이만 마치고, 목사님 말씀 있으시겠습니다.

김목사 : 여러분 지금 일련의 일들이 두렵고 무서우실줄 압니다.

주민1: 그럼 목사님은 안무서운감.

김목사: 내일 2시 마지막 심판을 기다리며, 참회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하시어, 영생의 길

을 보장받으시길 바랍니다.            

주민2: 거기 가면 천국 갈 수 있는거여?
김목사: 예 구원의 손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주민: 신기하네. 맨날 다니던 여편네만 갈 줄 알았더만.  
이장: 자 그럼 오늘 가서 마지막 밤 잘 보네시고, 내일 아침 8시에 굿판을 벌입시다. 모두 참석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