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30일 화요일

[감상문]희망의 인문학을 읽고


 희망의 인문학 -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를 읽고,           
   알렉산더 대왕이 디오게네스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이다. 천하를 다스리는 대왕이었던 알렉산더는 행색이 거지꼴인 디오게네스에게 필요한 것을 말하면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그럼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비켜달라고 하고, 이에 알렉산더는 감탄하며 자기가 알렉산더가 아니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다고 한다. 여기서 디오게네스는 빈자가 아니라 대왕도 부러워할 만한 부를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여기 록펠러처럼 당신을 부유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사람이 있다. 요즘 TV 신문, 책에 판을 치는 얼치기 희망 약장수일까? 그는 계속 말한다. “ 아니 어쩌면 여러분은 록펠러보다 더 큰 부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록펠러 집안 사람들이라 해서 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앞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면 여러분은 ‘부’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며, 여러분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이 황당한 공상가의 말은 곧이 믿을 만한 것일까? 그러나 그 곳에서 하나의 기적이 시작된다.  
 이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게 된 건 1년전 쯤이다 월간 샘터 기획 코너중 하나에 노숙자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성 프란시스 대학의 사연이 실렸는데, 이 이야기를 본 나는 적잖은 충격에 휩쌓였다. 가장 빈곤한 사람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연히 빵이고 훈련일줄 알았는데 , 정작 그들이 목말라 하던 것은 인문학, 생각하는 감성이었던 것이다. 인문학과이면서도 한번도 대수롭게 생각한 적이 없었던, 그리고 힘이 되는지도 몰랐던 인문학이 이들에게 그렇게 필요한 것이었다니 놀랍다 못해 당황스러웠다. 이 이야기를 보고 관련된 이것저것 찾아보다보니 클레멘트 코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자주가는 중구 유락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적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학자의 생각이 실천의지를 만나 현실에 반응하는 모습은 담담한 서술에도 불과하고 충분히 감동적이다. 그리고 한 학자의 따듯한 시선과 의지에서 나왔지만 그 실현에는 극적인 일련의 사건들과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다.
 그가 이 코스의 영감을 받은 것은 한 여 재소자와의 대화에서 이다. 여재소자에게 “왜 사람들이 가난한 것같나요.”라고 물은 얼 쇼리스는 전혀 생각치 못한 대답을 듣는다. “우리 아이들에게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을 가르쳐야 합니다. 가르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얼선생님 그 애들을 연극이나 박물관 음악회 강연회 등에 데리고 다녀주세요.” 이에 얼쇼리스는 그 대답이 가진 의미를 생각해본다. 이는 가난한 사람들이 왜 가난한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이어지게 된다.
 희망의 인문학에서 얼쇼리스는 빈곤에 대한 정의부터 새로 시작하고, 수치로 따지는 절대적 빈곤보다 훨씬 더 무서운 상대적 빈곤의 모습에 대해 분석한다. 상대적 빈곤은 경제란 지배규칙에서 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존중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는 사람들에게 욕망을 심는 대신 박탈감을 가져오며 가능성이란 신기루는 그들의 삶을 더 비참하게 한다. 공정한 게임으로 보이는 이 게임은 사실 전혀 공정하지 않다. 차라리 칼뱅주의자들의 생각대로 성공한 사람들은 하늘이 선택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더 편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는 빈민들을 빈자로 있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하나의 키워드를 떠올린다. 그것은 바로 무력이다.
  도시빈민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무력’이다. 이 무력의 모습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경제란 경주에서 진 패배감, 소외이기도 하고, 국가 권력(정당성을 가진 것이나, 이들에게는 정치성이 없으므로 무력으로서만 다가온다.)이기도 하며, 시기심과 증오이기도 하다. 이 ‘무력’은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서로를 향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이 무력도 확대 재생산된다.  책에선 사우스 브롱크스의 아이들의 테니스 게임 이야기가 나오는데 , 사회복지사가 분명 줄을 정했는데도 불구하고 빈민가의 아이들은 서로 하겠다고 싸우며, 이를 정하는 순서는 더 크고 힘이 세다는 무력이다.
 이 무력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얼쇼리스는 그 방법으로 훈련이 아닌 교육, 그 교육을 통한 ‘시민’의 모습을 제시한다. 이 때 그 이상적 시민의 모습은 고대 아테네의 시민들이다. 물론 빈민들도 시민권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범위에 대해서는 아테네의 그것보다 베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는 고대 아테네 시민의 경우는 정치적 삶과 문화적 삶을 같이 향유한 반면 현대 빈민들의 경우는 두가지 다 향유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모든 삶은 필요로서 규정되어질 뿐이다. 이는 시민의 공적 삶, 행동하는 삶과는 먼 모습이다. 이에 그는 인문학이란 위험한 무기를 들이민다. 인문학이란 정치적 삶으로 안내하는 하나의 영감이자 도구이다. 정치적 삶은 그들 자신만의 삶이 아닌 서로를 위한 삶의 방향을 스스로 성찰하고 결정하게 만들어준다. 그 때 만들어지는 것은 ‘무력’ 아닌 ‘힘’이다. 얼 쇼리스는 그들 스스로가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안내자의 역할을 자처한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책에서 얼쇼리스는 기금 마련등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그의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도 만나며, 수업 코스중 몇몇 학생들은 개인적 사정으로 중간에 그만두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문제이상으로 그를 지지하고 돕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클레멘트 코스로서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한다. 무력의 포위망에 빠져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던 학생들이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에 대해 토론하고, 안티고네의 고뇌에 대해서 토론하며, 역사의 사건을 해체하고 성찰해본다.
[미국 혁명의 급진주의에 나타난 고든 우드의 사상]에 대한 수업중 미국혁명에서 나타난  원주민에 대한 태도에 한 학생이 의문을 던진다. “우리나라를 세운 사람들이 그렇게 인문학을 좋아했다면, 어째서 원주민들을 그런 식으로 심하게 대했을까요?” 이에 아벨이란 학생은 “그게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자기 통제 불능’의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잖아요.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 무언지는 알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지요. 왜냐하면 자기 욕심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라고 이야기한다. 그들 모두 자기 통제가 불가능한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 아닌가. 그런 그들이 적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방법을 갖게 된 것이다.  
 “미국의 성공은 언제나 빈민들을 ‘위험하지 않은 상태’로 묶어둠으로써 가능했다.”는 얼쇼리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가 빈민들을 대하는 방식은 그들을 단지 훈련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성찰할 수 있는 능력과 정치적 기술을 주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정치적 삶을 살지 않는 이상 그들에게 남는 것은 잔치 후 남은 떡고물 뿐이며 점점 견고해지는 무력 밖에 없다. 그 무력을 해체하고 힘으로서 대응하는 방법이 정치적 삶이며 그것이 가능케 하는 것은 인문학이다. 부자와 중산층들만이 향유했던  이 배타적 도구는 한 학자의 노력에 의해 모두의 도구로 태어난다 .그는 말한다. “타자의 행복을 보장하는 일은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라고. 그리고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방법으로써의 민주주의는 모든 것을 무릅쓸 만한 가치가 있는 위험”이라고.


 잡담 1:. 일독을 권한다. 아둔한데다가 글 솜씨가 형편없어 책이 전달하려고 했던 것의 99분의 1도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
 잡담 2: 기독교가 기득(旣得)교로 보이기 시작한이후로 교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예수님은 좋아함) 흑인 빈민층에 정치적 지위를 부여한 것도 교회라는 구절에서 교회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되었다. 


댓글 3개:

  1. 아.. 이게 클레멘트 코스이군요. 역시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저도 일독을 한 번 해봐야겠어요.

    답글삭제
  2. @비전 디자이너 - 2009/07/01 15:46
    왠지 비전디자이너님은 저같은 감상이 아닌 일내실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ㅎㅎ

    답글삭제
  3. trackback from: 독서토론 - 용기
    ★ 필자의 의도 삼촌의 권유로 읽게 되었다 용기는 희망을 부채질 하고 희망은 용기에 날개를 달아준다 Dreams come true ★ 키워드 용기, 도전, 희망, 열정 ★ 공감가는 부분 건너야 할 외나무다리를 회피하지 않는 것 그것이 곧 용기라네 작고 사소한 습관에서 시작되는 것 ★ 의견나눔 키워드와 작가의 신념에 대해서 나누자~ 김일규 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을 가상의 소설형식으로 전하는 방법이 특이 했다 김정은..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