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5일 월요일

[감상문] 데스노트를 보고

데스노트


한 두편 볼 요량으로 킨 컴퓨터였다. 보다보니 510편 눈을 뗴지 못했고, 결국 이틀새에 22분짜리 37편을 다 보고 말았다. 데스노트에 이름을 적으면 죽는다는설정도 흥미로웠지만, 야가미 라이토와 L과의 두뇌싸움에서 오는 긴장감때문에 눈을 뗄 수 없었고, 정신차려보니 마지막 엔딩을 보고 있었다.

처음엔 스트레스 풀려고 아무 생각없이 볼려던 애니였으나, 다 보고 나서는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생각과 착잡함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명확해지는 상징들과 질문이 현실과 무섭게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는 것과 정의라는 것의 의미다.


흉악범을 죽일 권리

“그런데 2분 후 순식간에 우리들 중 한 명이 가버릴 것이다. 한 정신이 줄어들면 그만큼 한 세상이 좁아진다.”- 조지 오웰 ,<교도관>중에서-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 희대의 살인마 강호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사람들은 그 잔인함에 경악했다. 모자를 쓰는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나왔고, 실제로 조선 중앙을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그당시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하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이 흉학범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 행위를 긍정하는 것 만큼이나 비난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사형제에 대한 논란에서 사형제를 존속해야한다는 여론도 많았다. 라이토가 한국에 있고 이 당시 데스노트를 주웠다면 강호순 이름을 제일 먼저 썻을 것이다. 그런데 라이토는, 혹은 판사는 사람을 죽여도 되는 것일까?

조지오웰은 교도소에서 진흙탕 물을 피하는 사형수의 모습을 보고 ‘의식있는 한 인간을 파괴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한다. 분명 진흙탕 물을 피하려고 하는 의식이 있는 인간이지만 그는 목이 매어 파괴될 것이며 사라질 것이다. 그는 이 세상에서 없어질 것이며, 그만큼의 크기가 사라질 것이다. 물론 그정도의 크기가 세상에 필요없다고 판단되었기에 사람들은 이 사람에게 세상에서의 삭제를 행한다. 하지만 신이 아닌 인간이 인간을 삭제하는 행위는 용납될수있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의 영역인가? -


내가 정의다.

예전 군대에서 다른 소대에 있는 군종병과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 그 때 내가 했던 질문은 부시가 악의 축이라고 하는 후세인을 공격하는 것이 과연 신의 뜻이고 정당하냐는 것이었다. 물론 그전에 부시가 공화당이고 그 공화당 대부분은 너희들과 같은 프로테스탄트라는 설명은 했었다. 어떤 대답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간단했고, 섬뜩했다. 그것도 신의 뜻이라는 것이다. 스커드 미사일에 집안이 내려앉아 죽은 딸을 붙잡고 우는 아버지의 영상을 보았던 터라 충격이 더했는데, 과연 그 아이의 죽음도 신의 뜻이란 말인가. 그 다른 우상을 숭배했다는 이유로 그 가족은 스커드 미사일을 맞고 죽어서는 지옥에 가야는 것일까? (혹시 신곡에 나오는 연옥에 있을지도)

쌩뚱맞게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정의의 애매모호함과 자신들이야 말로 정의라고 말하는 자들의 폭력성때문이다. 극 중 라이토는 틈틈히 자신이 정의라고 이야기 한다. 중간에 N과 함께 나야말로 정의라고 하는 장면은 L이 라이토의 발을 씻겨주는 장면과 함께 이 애니의 명장면 중 하나다. 그런데 무엇이 과연 정의인가?

사전에 정의를 쳐보니 첫째로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라고 나왔다. 둘째로 바른 의의 (意義)라고 나왔으며 셋째로 <철학>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 라고 나왔다. 우선 라이토가 생각한 정의는 첫째, 둘째이고, L과 경찰이 생각한 정의는 세번째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이다. 이 두 정의가 싸웠을 때 결국 ‘공정한 도리’가 승리한다. 그는 진다. 아니 져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의, 불의 , , 악은 언제나 상대성을 띌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인류 보편적인 것으로 선을 그어논 것을 우리는 감으로 정의라고 하는데 인간인 이상 그 판단은 완벽할 수가 없다. 만약 라이토가 현실에 있다면 이스라엘 총리와 팔레스타인 반군중 누구를 죽여야하는가? 성서에 쓰여진대로 약속의 땅을 찾은 유대인들은 그들 스스로 정의이고 선일 것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에게는 예전에 살았다고 2000년만에 들어와 무참히 사람을 죽여대는 불의이자 악일 것이다. 라이토가 더 깨끗한 세상을 만든다고 할 때 데스노트에 적어야하는 것은 누구인가?


라이토가 처음 했어야 할 것

라이토는 처음 데스노트를 주웠을 때 버렸어야 했다. 류크가 말한대로 데스노트를 주운자는 행복해 질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의 위치로서 감당할 수 없는 힘을 받아들인 자의 운명이다. 우리는 신의 판단을 알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다. 단지 가늠할 뿐이다. 자신이 정의가 되는 행위도 할 수 없으며 인간을 삭제하는 행위의 답도 알 수 없다. 단지 질문할 뿐이며 평생 질문속에서 살아야 할 뿐이다.



잡담 1 라이토는 아무래도 반사회적 인격장애자 인것 같다.


댓글 1개:

  1. 우연히 들렸다가 재밌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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