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2일 금요일

삼 십 세 -최승자-

       삼 십 세


                                                          -최승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어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우리 철판깔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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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스물 여섯의 불안은 얼른 서른의 장면으로 나를 이끌지만, 그 곳에 과연 안정이 있을까? 이렇게 죽을 수도 살 수도 없을 때라. 문제는 그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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