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공포영화를 보고 무서워야하는데 나름 공포영화 매니아라 그런지 몰라도, 사다코 변형 귀신들과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에 횽은 그다지 감흥이 없었어. 분명 불끄고 혼자서 밤에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으악 소리보다는 한숨이 더 새어나오더라. 물론 저예산에다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힘등은 괜찮았던 것같아. 근데 사실 무섭기보다도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고......
사실 영화중 나오는 쳇바퀴도는 햄스터, 너무 뻔하게 들이대는 상징이지. 하지만 그 뻔한 상징이 촌스럽게 다가오기 보다는 딱맞게 들어오더라. 영화보는 내내 뭔가 마음은 먹먹해지고 말이지. 아무래도 니들이 생각났던 것같아.
수능이 다가오고 핸드폰에 디데이 며칠 등록해놓고, 다들 모의고사 풀고 심기일전 하겠지. 물론 그 중에 왜 이 점수따먹기는 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꺼야. 그런 자기 성찰의 시간들이 너희에게 있었을리가 있겠니. 입시교육 , 학원가기 후 머리 식히느라 스타 하는게 전부였을꺼야. 횽도 고등학교때 스타실력이 절정이었던 것같다. 그런 머리 덥히기 식히기 덥히기만 하고 있을 거야.
그럼 그 이유를 선생님들이 가르쳐줄까 ? 너희 하나 하나의 인생 방향 신경쓸만큼 선생님들은 여력이 없단다. 너 시험치고 나서도 몇몇을 제외하고는 배치표를 펼치실꺼야. 모든 집단, 특히 공무원같은 집단들은 어느 시점부터 어떤 열정을 가지기가 힘들어. 횽도 군인이란 공무원 직업을 2년해봐서 알거든.
그럼 자기 성찰을 통한 목적을 가지지 못한 너희들에게 이 수능이란 퀴즈쇼는 뭘까? 영화 첫머리에 재수생기숙사에서 이런 방송이 나와. ‘ 여러분들은 패배자입니다. 단 일년만 모든 욕망과 감정을 참고 경쟁심만을 키우십시오’ 혹시 이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면 넌 정말 맛이 간게 분명해.(부끄러워하진마. 나도 맛이 간 적이 잠깐 있으니까.) 그래도 이 맛이간 채로 퀴즈쇼를 할 수 밖에 없는건 니가 살아온 인생 우물에서 대학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기 때문이야.
자꾸만 너네 안됐다 하는 식으로만 말하니까 열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 화상을 입은채 취직을 하는 보람이의 모습이 횽의 모습이야. 그 퀴즈쇼의 상흔이 화상이라고 생각하면 돼. 386 늙다리 아저씨들은 자기들은 독재와 싸웠네 뭐네 잘난체 하지만 그 횽들은 FF학점(일명 쌍권총)을 가지고도 잘 사셨어. 사실 신자유주속에 사는 횽들은 옆 학생이랑 학점,취업자리갖고 싸워야 돼. 우리는 뽀대도 안나고 정말 피말려.
이 정도 이야기하면 왜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하냐고 볼멘 소리도 좀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미안하다. 너희 말은 어른들이 신경써줄 수가 없어. 왜냐면 너희에게는 투표권이 없거든. 너희 일상 하나하나의 문제가 사교육비 문제 한참 뒤에 있는 이유는 다름아니라 너희를 키우는 아버지 어머니들이 사교육비를 지출하시고 투표를 하실수 있기때문이야. 영화에서도 발광하는 유진이의 말은 씨알도 안먹히지만 찾아오신 부모님 이야기는 잘 듣는 대충 그런 원리지.
그럼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너희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극중 나오는 인물들처럼 극단적 선택을 해선 절대 안되겠지. 이건 횽에게도 유효한 질문이기도 해서 좀 생각해봤는데, 횽은 촛불(요구)과 교과서(순응)를 같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너희가 촛불들고 광장 튀어나온건 횽에겐 정말 충격이었어. 여름 축제기간에 한참 대학가는 술판이었걸랑. 투표권이 없는 너희들이 정치 세력으로 튀어나올줄은 생각도 못했다. 분명 그 시간에 단어나 하나 더 외워야지 라는 유혹도 있었을텐데 말이야. 그런 기특한 일이지만 그 속에서 요구만 이어져서는 안돼. 불만쟁이만 될 뿐이야. 순응하면서 내적인 힘도 키워야지. 어렵다고? 원래 사는거 간단한게 없어.
영화 본 이야기나 해줄라던 편지가 이렇게 될진 몰랐어.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리고 너보다 한 5년 어린 아이들이 너희 나이가 되면 , 혹은 네가 횽 나이가 되면 저런 공포영화같은 상황은 없겠지. 아마 그럴꺼야. 아마 그럴꺼야.
잡담 : 혹시 초등학교 때 난 통일되서 군대 안가겠지같은 스토리로 흐르면 어떡하지. ㅎ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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