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8일 수요일

불안의 정체

 요 며칠간 알 수 없는 불안감 속에 어쩔 줄 몰랐다. 어쩔 줄 몰랐다고 해도 무슨 특이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갔을 뿐이다. 하지만 몸에 흐르는 이 불안 속에서 무엇하나 몰입하기도 힘들었고, 모든 일에 확신이 사라져갔다.  
 그러던 중 다시금 계획이나 짜봐야겠다 싶어 공책을 들고 앞으로의 계획을 짰다. 한 6개월 정도로 잡아놓고 돈과 걸리는 시간등에 대해 이리저리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그러다 어느 한 곳에 이르러서 잠시 잊었던 그 불안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내 직업과 삶의 방향에 대한 것이었다.            
 왜 나는 이 대목에서 상당한 불안감과 마주했을까 궁금했다. 알바를 구하고 학자금 이자 얼마내고 하는 한달의 지출을 정하고 할 때는 전혀 느끼지 않았던 이 불안감. 그 불안감을 곰곰히 생각해보던 중에 나는 이 불안이 내 얼마나 황당한 바램속에 있었던 것인가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어보자, 알바를 구하고 한달 얼마 쓰겠다는 것은 내 계획의 영역이다. 그조차도 알고보면 많은 불확실성에 휩쌓여있는 것이지만 적어도 그 불확실성은 내가 감당할 만 한 수준이다. 그러나 내 삶의 방향과 내 꿈에 이르러서는 그 불확실성이 상상이상으로 불어난다. 결국 내 불안이란 그 불확실성을 감당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었는데 이게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소리란 말인가.
 이 인정투쟁의 장인 세상속에서 과연 내가 가치의 투쟁에서 이길지 질지 어떻게 알수 있을까. 내 인생의 방향을 내가 어떻게 지레짐작할 수 있단 말인가. 또 그 과정조차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 결과를 못본다고 불안해한다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나는 황당하게도 내 삶의 모든 일들을 보지 못해서 불안해하고 있었다. 사실 그 모습들을 다 본다면 여태까지 겪은 불안의 곱절만큼 권태에 휩쌓일지 모르고 난 도저히 살 수 없을지 모른다.  
 
 난 뽑기(방향)를 정하고 뽑기에 동전(노력)을 넣을 수는 있다. 그러나 뽑기에서 뭐가 나올지는 알 수가 없다. 그것은 신이란 변덕쟁이의 영역이다. 난 동전이나 열심히 넣어봐야겠다. 무엇이 나올까 걱정하기 보다는 무엇이 나올까 설레이는게 좋을지 모르겠다.

 잡담: 저와 같은 불안에 떠는 분들을 위해 한 영화감독의 좌우명(샘터에서 봤던가 가물)을 올려놓습니다.                      

 아님말구

댓글 2개:

  1. 문득 어릴적 아주 좋아하던 "그래! 결심했어" 인생극장이 생각나게 하는 글이군요... ^^

    제 앞에 놓인 삶의 정체는 어쩌면 나의 선택과 그 선택 다음에 전개되는 새로운 가능성들인 거 같아요. 인생을 그저 선택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깨비님 말씀대로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아주 많네요.



    이글에 트랙백 걸린 제 포스트는 이제 내가 할 일은 다 했다고 믿은 순간, 오직 기다림만 남은 조바심 나는 한순간에 튀어나온 말이예요.

    두고보면 알겠지~ 하구요. 흣..

    답글삭제
  2. @파란여로 - 2009/07/08 11:10
    지레짐작하고 엉뚱한 트랙백을 단 셈이 되었군요.;;;

    여담이지만 저 글쓰고 여행스케치 산다는건 그런게 아니겠니란 노래가 생각났어요.

    ♬산다는 건 그런게 아니겠니, 원하는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 불확실해서 재밌는건지도 모르겠어요.

    답글삭제